얼굴에 작은 트러블이 생기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특히 입 주위는 피부가 얇고 밥을 먹거나 말을 할 때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신경이 쓰이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손이 자주 가게 되는데, 만약 물집이 생긴 상태라면 손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흉터가 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순포진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일 경우 타인에게 전염될 수 있고, 심한 경우 눈으로 번질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입술에 올라온 물집, 평생 가는 ‘이 바이러스’ 탓
입술에 물집이 생기고 따가운 증상이 동반된다면, 흔히 말하는 ‘구순포진’을 의심해볼 수 있다. 구순포진의 대표적인 원인은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 감염이다. 흔히 성병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입 주변에 포진을 유발하는 1형 바이러스는 성적인 접촉이 아닌 일상적인 접촉으로도 쉽게 전염될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식기, 수건, 립밤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 참고로,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8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성기에 포진을 일으키는 것은 제2형 바이러스다.
구순포진은 물집이 생기기 전 따끔거리거나 가려운 느낌이 먼저 나타나고, 이후 입술 주변이나 코, 뺨, 턱 등에 작은 포도송이 같은 수포가 무리 지어 생긴다. 보통은 짧은 기간 후 자연스럽게 낫지만, 그렇다고 완치된 것은 아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피로, 스트레스, 면역 저하 등의 상황에서 다시 활성화돼 재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비뇨의학과 전문의 김규현 원장(하이맨비뇨기과의원 원주점)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수면 부족, 과도한 음주, 극심한 스트레스 등의 상황에서 재활성화될 수 있어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순포진 환자의 약 80%가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각막염도 일으켜
구순포진이 생겼을 때는 물집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따갑고 가려운 증상 때문에 무심코 손이 갈 수 있지만, 물집을 건드릴 경우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발현 부위가 확산될 위험도 있다. 특히 손을 통해 눈으로 옮겨질 경우, ‘헤르페스성 각막염’으로 진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헤르페스성 각막염은 눈의 자극감, 눈부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시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각막 궤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궤양이 심한 경우에는 염증이 눈 속으로 번져 홍채염을 일으킬 수 있고 각막의 천공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각막의 천공은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입술뿐 아니라 손가락 등 다른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중추신경계를 침범해 뇌수막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병변 만지지 말고, 타인과 접촉 피해야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증상이 피부에만 국한되어 경미하게 나타나는 경우라면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거나 눈 등 다른 부위로 퍼질 기미가 보인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비뇨의학과 전문의 류경호 원장(골드만비뇨의학과 강남점)은 “헤르페스 치료의 핵심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복용해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키고,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있다”며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류 원장은 “약을 먹더라도 완전히 재발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방을 위해서는 입 주변에 물집이 있는 사람과는 수건이나 식기 등 일상 용품을 함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증상이 있을 때는 병변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손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을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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